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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말, 그리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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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숨 쉬는 사전을 꿈꾸며

  • 경북대학교 남길임 교수
  •  

《쉼표, 마침표.》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국립국어원 소식지 독자 여러분께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남길임

 안녕하세요?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남길임입니다. 저는 한국어 신어, 미등재어의 수집과 기술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요. 저서로 <신어 2020- 코로나 펜데믹 시대의 새로운 언어>, <신어 2021- 코로나 19 시대, 우리는 일상회복 중인가?>가 있습니다. 작년부터 아시아사전학회(Asialex: The Asian Assocation for Lexicography) 부회장을 맡아서 올해 6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Asialex 2023, 제16회 국제학술회의를 준비하고 있어요.

《쉼표, 마침표.》

사전학을 전공하셨고 오랫동안 관련 연구에 매진해 오셨는데요. 사전학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남길임

 어느 학문이든지 시대의 이념이나 문화, 역사적 사건에 따라 부침이 있기 마련이죠. 하지만 사전 편찬이나 사전학만큼 많은 변화가 있는 분야도 드문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원 시절부터 <연세한국어사전>,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학습 사전> 등의 사전 편찬에 참여하고, 수년 동안 ‘신어 조사 사업’을 진행하며 사전과 사전학의 격동기를 체험해 왔는데요, 지난 수십 년간, 인쇄사전의 쇠퇴, 말뭉치의 도입과 사용자 참여의 확대 등 사전학자들이 이야기하는 “전환기(transition period)”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에요. 한동안 사전학의 변화는 계속되리라 생각합니다.
 질문으로 돌아가서, 이러한 변화를 고려한다면 사전학을 정의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아요. 간단히 정의를 내리자면, 사전은 인류 역사에서 4,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져 왔는데요. 이러한 사전을 편찬하고 비평하는 학문 전체를 사전학이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는 실제 사전 편찬 과정을 다루는 사전편찬학, 사전에 대한 비평을 다루는 이론사전학으로 구분하기도 해요.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인간을 위한 사전도 있지만, 검색엔진이나 자동번역기 등 기계를 위한 사전도 있어서, 이러한 모든 사전을 포괄한다면 사전학의 범위는 매우 넓어질 것입니다. 우리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일상생활 곳곳에 사전이 있고,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사전을 활용하고 있어요. 즉 ‘보이는 사전’과 ‘보이지 않는 사전’이 있죠. 사전은 이러한 정보의 원천이자 언어 정보의 가장 정교화된 자원으로서 일상생활의 편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전을 연구하는 일이야말로 한국어 자원 전체를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연구하는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쉼표, 마침표.》

웹사전이 등장하며 사전의 형태나 쓰임이 다양해졌습니다. 사전의 과거와 현재는 어떤지, 미래는 어떻게 전망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남길임

 사전 편찬의 흐름은 두 가지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인쇄사전의 비즈니스 모델이 더는 존재하지 않는 현실이고, 둘째는 뉴뉴미디어 시대의 언어 변화 속도입니다. 우리는 이제 사전을 서점에서 찾기보다는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있죠. 전문가가 아닌 사람도 사전의 항목을 기술하고 있고요. 또 이중언어사전의 경우에는 온라인 사전을 검색하기보다는 번역기 등을 사전 대용으로 사용합니다. 언어사전은 인류가 가진 언어 자원의 가장 정교화된 체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기존 상업적 모델의 변화 속에서 언어 자원의 축적이 어떤 주체에 의해서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 것인지는 전 세계 사전학자들의 고민이기도 해요.
 언어 변화의 속도 역시 언어사전 편찬에 상당한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누구나 글쓰기로 감정을 표현하는 뉴뉴미디어 시대에는 언어 변화의 속도가 이전의 속도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죠. 일반 대중이 글쓰기의 주체가 되면서 생산해 내는 다양한 새로운 표현들과 비격식적 문어를 사전에 어떻게 담을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입니다. 국어사전이 한국인의 의사소통 언어를 전부 반영하는 것이라면 일상생활에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등재 표현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실제로 의사소통 언어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는 온라인 언어의 처리는 자연언어처리 등 공학적 관점에서도 상당한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전통적으로 사전 표제어의 기반이 되어 온 문어 어휘들에서부터 구어뿐만 아니라 온라인 언어의 편입까지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흐름 속에서 최근 사용자 참여형 사전이 등장했는데요. 사용자 참여형 사전이란 전문 편찬가가 아닌 사용자가 직접 표제어를 제안하거나 뜻풀이까지 기술할 수 있는 사전을 말합니다. 그러나 사전 편찬 과정에서 사용자의 참여하더라도 현실 언어의 역동성과 포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해요. 가장 큰 문제는 몇몇 논문에서 보고되기도 했지만 사용자 참여형 사전에서 사용자는 대체로 충성스러운 소수 사용자에 국한된다는 거죠. 또한 이들이 자신의 관심사에만 맞추어 기술한다는 문제도 있고요. 따라서 사용자 참여형 사전의 최대 문제는 ‘균형성’과 ‘포괄성’의 한계입니다. 따라서 사용자 참여형 사전의 이상적인 모델을 만들어 가되, 사전 편찬 전문가와 사용자의 효율적 협업 모델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현대 사전학 연구자들의 주요 관심사이기도 해요.

《쉼표, 마침표.》

요새는 웹사전이 더 많이 쓰이는 것 같습니다. 종이사전과 다른 웹사전만의 특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남길임

 이제 종이사전과 웹사전을 비교하는 것조차 어색한 시대가 된 것 같아요. 대학에서 인쇄사전을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대들을 가르치고 있으니까요. 종이사전 편찬에 참여했을 때는 지면의 한계를 고려하여 표제어의 수를 정하고, 뜻풀이, 예문, 삽화 등 미시구조 정보의 양도 조절했어요. 표제어의 선형적 배열순서도 남한의 체계와 북한의 체계가 다르듯이, 사전 디자인에서 중요한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웹사전은 지면의 제약에서 벗어나기에 더 이상 표제어의 수나 미시구조 정보의 양을 고려할 필요가 없어요. 표제어의 추가나 삭제가 언제나 가능한 점은 언어의 역동성을 잘 반영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생각되고요. 뉴뉴미디어 시대의 특성을 반영한 소리, 텍스트, 영상을 다양하게 결합한 사전을 기획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정보가 많다고 좋은 것은 아니죠. 유용한 정보에 걸맞은 시각화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웹사전의 장점은 활용이 검색의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에요. 검색을 통해 찾고자 하는 단어를 무조건, 즉각적으로 찾아낼 수 있는 거죠.

《쉼표, 마침표.》

표제어의 추가와 관련해서 말씀 주셨는데요, 사전에 단어를 새로 올릴 때에 필요한 기준이 있을까요?

남길임

 일반적으로 사전의 표제어로 등재되느냐 마느냐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출현’과 ‘빈도’입니다. 즉 실제로 사용되느냐 아니냐, 사용되었다면 얼마나 사용되느냐이지요. 충분한 빈도로 출현한다면 당연히 사전에 등재되어야 하는 것이고, 사전의 뜻풀이나 예문 등도 실제 사용된 용례 내에서 가장 전형적인 것을 우선적으로 기술해야 합니다. 사전의 용도나 목적에 따라 다르겠지만, 사전의 표제어 구성과 뜻풀이, 예문 등은 언어 현실을 가장 잘 반영하는 방식이어야 해요. 이것은 일반적으로 실제 사용 양상과 빈도로서 증명됩니다.

《쉼표, 마침표.》

코로나와 관련된 신어 자료집을 출간하신 배경이 궁금합니다.

남길임

 사실 우연한 시기에 코로나 신어를 수집하기는 했지만, 매년 출현하는 한국어 신어를 정기적으로 수집하고 기술하는 건 언어학적으로나 사회 문화적 의미에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국립국어원 신어 조사 사업은 1994년부터 2019년까지 거의 매년 지속되어 왔고요, 저는 2013년부터 2019년까지의 신어 조사 사업에 참여했어요. 코로나 세계적 유행이 본격화된 2020년에 신어 조사 사업이 중단이 되었었는데요, 코로나의 유행으로 새로운 신어는 계속 쏟아지는 상황이었죠. 아무리 <우리말샘> 등에서 사용자 참여를 유도한다고 해도 이전 포괄적인 신어조사만큼의 양과 질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웹 언어의 역동성과 신어의 저빈도 속성을 고려할 때, 이 시기에 코로나 신어를 수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려도 있었습니다. 웹 언어는 일분일초가 다르게 움직이고, 어제의 자원이 오늘의 자원과 동일하지 않아요. 따라서 신어 조사는 당대 온라인 자료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가장 신뢰성이 있죠. 대표적으로 독일, 스페인, 중국 등에서도 연도별, 월별 신어를 수집합니다.
 마침 코로나 신어에 대한 국제학술회의 발표를 준비하던 연구진들은 코로나 신어만이라도 수집하자는 취지로 저서 작업을 시작했어요. 생각보다 코로나가 길어지는 바람에 두 권의 연도별 신어 자료집, <신어 2020- 코로나 펜데믹 시대의 새로운 언어>, <신어 2021- 코로나 19 시대, 우리는 일상회복 중인가?>가 나왔습니다.
 신어와 사전의 관계에 대해서라면, 세계 최대의 온라인 사전을 표방하는 Wordnik.com의 창시자인 에린 매킨(Erin Mckean)이 “세상의 모든 영어를 수집하겠다”라고 포부를 밝힌 것처럼 “세상의 모든 한국어”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그것이 꼭 <표준국어대사전>이나 <우리말샘>이 아니라 하더라도, 어딘가에는 한국인이 사용하는 모든 단어를 모아 둘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단순한 목록이라도 좋고, 품사나 문법 정보, 맥락 정보가 있다면 더 좋겠지요. 신어뿐만 아니라 메신저, 댓글 등 온라인 언어를 포괄하는 모든 언어 자원에 대한 집적과 체계화는 향후 살아 있는 한국인의 일상 대화를 처리하는 자연언어처리에도 유용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쉼표, 마침표.》

현재 사용되는 언어를 기록하여 후대에 남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의 어휘들을 발굴하고 수집할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남길임

 언어는 곧 그 나라 문화의 원천이자 기반이에요. 당대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언어 전체를 기록하고, 과거 어휘들을 발굴하고 수집하는 것 모두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역사 사전을 디지털화하는 일도 필요하겠고요, 어휘역사사전 등의 편찬과 보강을 통해 미처 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던 표제어를 수집하는 일, 사전에 등재된 단어라도 어원이 밝혀지지 않았던 다양한 생활 속 어휘들의 어원을 밝히고 기술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역사 자료에서 어원을 발굴하고 수록하는 것은 현대어를 수집하고 기록하는 것보다 훨씬 품이 많은 작업일 거예요. 따라서 역사 자원에 대해서는 오랫동안 꾸준한 수집과 기술 체계가 필요합니다. 한편 거꾸로 생각해 보면, 당대 언어 자원 역시 미래에는 과거 어휘 역사 자원이 되겠지요? 따라서 당대 언어 자원이 사라지고 묻히지 않도록 잘 정리하고 채록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도 균형적인 시각 속에서 다루어져야 할 듯합니다.

《쉼표, 마침표.》

사람들의 의사소통에 필요한 새로운 말을 현실의 사전이 충분히 제시하지 못하는 모습을 봅니다. 사전은 사용자 언어의 어디까지를 담아야 하는 걸까요? 사전을 둘러싼 쟁점을 바라보는 교수님의 시각이 궁금합니다.

남길임

 일반 대중들이 사전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은 다소 이중적인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자면, 신어의 경우에는 몇몇 품위 없는 유행어를 표제어로 등재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어요. 하지만 막상 유행하는 단어를 찾았는데 사전에 없다면 사전이 이런 흔한 어휘도 싣지 않는다고 불평을 하기도 합니다. 사전의 규범성이나 권위에 대한 시각은 일반인과 전문가가 다르고,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상당히 다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논쟁에도 불구하고, 저는 사전은 가치 판단 없이 현재 한국인이 사용하는 한국어 모두를 표제어로 등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표제어가 가지고 있는 차별성이나 윤리성 등의 가치 판단은 등재 이후 뜻풀이나 참고 정보, 표제어의 시각화 등 미시구조나 사전의 구조적 체계를 통해서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요. 규범사전은 사전 그대로의 존재 의의가 있는 것이지만, 현대 한국인의 의사소통을 모두 담은 사전 역시 사전의 기본적인 정의에 충실한 사전입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차별과 혐오 표현, 비윤리적 표현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까요? 사용자는 특정 표현의 의의가 궁금해서 사전을 찾기도 하지만 그 윤리성의 여부에 대한 유권 해석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차별 혐오 표현이라고 해서 사전에서 제외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등재해서 그 단어가 특정한 맥락에서 비윤리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쉼표, 마침표.》

국립국어원의 <우리말샘>은 사용자가 직접 참여하는 국어사전입니다. 일반 국민과 전문가의 참여로 양적으로도 질적으로도 우수한 국어사전을 표방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참여형 사전의 올바른 역할과 주의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남길임

 <우리말샘>은 ‘개방성’과 ‘실용성’, 그리고 ‘연계성’을 주요 골자로 하여 편찬된 사전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 중 사용자 참여의 ‘개방성’을 늘리는 것의 수용 범위를 정하는 것은 제안 정보의 양과 질을 고려할 때 어려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우리말샘>의 개통 초기에는 사용자 제안 항목의 등재율이 50%를 넘었는데, 2019년 정도를 기점으로 등재율이 30% 아래로 낮아집니다. 또한 3명의 사용자가 90,000여 개의 항목을 등록하는 등 소수의 사용자만이 사전의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사용자 참여형 사전의 전형적인 한계 중 일부를 <우리말샘>도 가지고 있는 셈이죠. 아직 사용자 참여형 사전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물론 이상적인 사용자 참여형 사전으로의 여정에는 더 많은 논의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제가 생각했을 때, 사용자 참여형 사전이 사전학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부분은 일반 언어 화자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고 있는 어휘 항목들을 지금보다 훨씬 더 자유롭게 수집하는 것입니다. 등재할 가치가 있는 수많은 어휘 항목을 놓치지 않도록 더욱 다양한 사용자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지요. 다만 전문가의 적극적인 개입도 여전히 필요합니다. 특히 사용자 참여의 빈틈을 매울 수 있는, 출현의 순간을 놓치면 다시 수집하기 어려운 신어와 미등재어의 수집에 좀 더 노력을 기울였으면 합니다. 유사한 관점에서 새로운 어휘의 수집과 기술을 하나의 채널에서만 의존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1년에 새로이 <우리말샘>에 등재된 항목과 동일 시간 웹 뉴스를 중심으로 수집된 <신어 2021>을 비교해 보면, <우리말샘>은 <신어 2021> 중 단 9개의 신어만을 등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42개의 제안 항목을 등재할 수 있다는 사실은 의의가 있지만 나머지 250여 개의 신어에 대한 정보는 찾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방법론으로 채널을 고정하기보다는 다양한 사용자의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고, 사용자와 전문가의 협업 구도를 좀 더 체계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쉼표, 마침표.》

화제를 바꾸어 오는 6월에 아시아렉스(Asialex)에서 주관하는 학술대회에 대하여 질문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아시아렉스와 관련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남길임

 각 대륙마다 그 대륙을 대표하는 사전학회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거예요. Asialex(The Asian Assocation for Lexicography) 역시 아시아를 대표하는 사전학회이고요, 아시아와 세계 사전의 연구와 실제 사전 편찬을 함께 연구하는 단체입니다. 실제로 아시아사전학회 외에 유럽사전학회(Euralex), 아프리카사전학회(Afrilex), 오스트레일리아사전학회(Ausatralex), 북미사전학회(DSNA) 등이 독립적으로 존재하고, 세계사전학회(Globalex)라는 협업 단체에서 정기 세미나와 학술회의 등을 통해 협력하고 있습니다.
 한국 대표자로서 이번 학술회의의 의의에 대해서 두 가지 정도를 말씀드릴 수 있어요. 한국은 지난 2001년도에 연세대학교에서 Asialex 국제학술회의를 개최한 바 있는데요, 이번 2023년 Asialex Seoul은 20여 년만의 두 번째 개최라는 의의가 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높아진 한국의 문화, 경제적 위상, 한류 등으로 인해 연구자들이 이번 학술회의에 대한 기대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미 27개국의 연구자들이 100편 이상의 발표 초록을 접수해 주셨어요. 저는 안예리 교수님(한국학 중앙연구원)과 함께 2023년 Asialex 학술회의 개최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학자들의 관심을 반영해서 학술회의 주제를 “사전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사전 사용자(Lexicography, Artificial Intelligence, and Dictionary Users)”로 기획하고, 현장 답사로 한글박물관 견학, 네이버(주) 사옥 답사 등을 포함했습니다.
 두 번째 의의는 코로나 이후 최초의 대면 학회라는 시기적 적절성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요, 2020년 이후 지난 3년 동안 한 번도 대면으로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이번 Asialex 학회에서는 본 학회 프로그램과 더불어 두 개의 워크숍, 한국사전학회의 전국학술회까지 함께 개최될 예정이에요. 두 워크숍은 각각 세계사전학회에서 개최하는 “사전학과 신어-세부 주제: 미등재어(Lexicography and Neology: unregistered words)”와 홍콩 폴리텍 대학 Amy Chi 교수가 주도하는 Lexteach 워크숍입니다. 자세한 사항은 Asialex 2023 홈페이지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쉼표, 마침표.》

이번 아시아렉스를 통해 기대하시는 바가 있으신가요?

남길임

 이번 제15회 아시아사전학회의 기획 주제는 “사전학과 인공지능 그리고 사전 사용자(Lexicography, Artificial Intelligence, and Dictionary Users)”예요. 학술회의 기획 초기에는 주제를 ‘사전학과 인공지능’이라고 했다가, 결국 인공지능이 모사하는 언어는 인간의 언어 지능이고, 인공지능 시대의 사전이 지향하는 것은 언어 사용자의 언어 직관을 충분히 반영하는 것이라는 점을 좀 더 부각하기 위해 논의를 거쳐 ‘사전 사용자’를 포함했습니다. 이번 학술회의의 주요 주제는 다음 다섯 가지의 의문으로 요약할 수 있을 듯합니다. 즉 “인공지능 시대에 사전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인공지능은 어떻게 언어를 마스터하는가?, 인공지능은 사전 편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사용자들은 사전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인공지능과 사용자 사이에서 언어학자의 역할은 무엇인가?”입니다.
 이러한 주제에 좀더 구체적으로 접근하고자 저희는 학계와 업계의 기획 발표자들을 모셨어요. 국내에서 The Oxford Guide to Practical Lexicography라는 사전학 개론서의 저자이자 현재 Lexical Computing(주)의 사전 편집장인 Michael Rundell, 사전 사용자 연구의 석학인 Yukio Tono, 세상의 모든 영어를 모은다는 세계 최대의 온라인 사전 Wordnik.com의 창시자 Erin Mckean, 네이버(주)의 글로벌 사전 센터의 리더 김종환. 이렇게 네 분입니다. 일반적으로 사전학 관련 국제 학술회의는 연구자뿐만 아니라 사전의 기획과 출판, 활용을 담당하는 다양한 산업계과 교육 업계에서 참여를 하는데요, 이번 학술회의를 통해 정교한 언어학적, 사전학적 접근과 산업계의 협업의 방향성이 모색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쉼표, 마침표.》

끝으로 오늘날 국내외 사전학계가 당면한 과제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남길임

  월터제이옹은 그의 책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서, 사전이야말로 문자문화, 인쇄문화의 최대의 발명품이라고 기술했어요. 몇천 개의 어휘만으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구술문화에 존재하지 않던 학술용어나 문학용어를 담은 몇만, 몇십만 어휘 규모의 사전은 문자문화, 인쇄문화의 꽃이라 할 만하지요. 그런데 인쇄문화의 전통적인 발명품이 그 구조와 형식의 측면에서 현재 뉴뉴미디어 시대에도 여전히 적절한지, 전통적인 표제어 등재 원칙이 현대에도 여전히 유효한지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제 글쓰기는 더 이상 전문가들의 전유물이 아니고, 모든 국민들이 글쓰기의 주체로 활약하는 비격식 글쓰기의 시대가 왔습니다. 비윤리적 표현에 대한 문제도 결국 비격식 글쓰기 현상과 깊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언어 현실은 어떤 교육이나 홍보를 통해 이전으로 되돌릴 수는 없습니다. 사전학적 관점에서는 이러한 언어 환경의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사전 모형에 대한 연구, 전통 사전학의 틀을 벗어난 선제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더불어 국내의 경우, 사전 편찬의 발전에 큰 역할을 해 왔던 대학 기관이나 출판사는 더 이상 사전 편찬의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요. 이미 사전학회나 다른 토론회 등에서도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저 역시 사전학의 혁신을 위해서는 국립국어원 등 일부 기관이나 소수의 연구자가 이러한 역할이나 권위를 독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언어와 사전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가진 연구자들이 경쟁과 협업을 통해서 사전을 편찬, 보완하고, 시대와 사용자가 요구하는 사전의 새로운 틀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서는 더 다양한 분야의 전문 연구자를 양성할 필요가 있어요. 또한 인접 분야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대중의 요구에도 충분히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제가 Asialex 2023년 기획 취지문에서 사전과 사전학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쓴 내용을 일부 인용하고자 합니다.
 “사전은 우리 도처에 있고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 일상 어디에서나 사용되고 있다. 말뭉치 혁명 등 인류 역사상 사전학의 수많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사전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대중에게는 낯선 분야이다. 대중에게 사전은 여전히 어렵고, 사전학은 미지의 영역이다. 사전학자들 스스로가 대중에게 다가감으로써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사전의 정체성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Asialex 2023 서문 중 일부)

글/사진: 강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