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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를 건널 땐
먼저 밞아 보렴

  황순원의 장편 소설 「나무들 비탈에 서다」에는 “왜 좀 더 멀리서 밞아가지고 무사히 뛰어 건너지를 못했을까.”라는 구절이 있다. 이 구절의 ‘밞아’라는 단어를 많은 사람들이 ‘밟아’의 오자라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위 구절에서의 ‘밞아’는 ‘밟아’를 표기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오기로 보기는 어렵다. ‘발을 들었다 놓으면서 어떤 대상 위에 대고 누르다.’ 혹은 ‘비유적으로 힘센 이가 힘 약한 이를 눌러 못살게 군다.’를 뜻하는 ‘밟다’는 위의 문장과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문학 작품임을 고려하여 상징적으로 뜻을 이해해 보려 노력할 수도 있고, 앞뒤의 맥락을 미루어 파악해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독자는 ‘밞아’를 이해하기 위해 그렇게까지 품을 들일 필요는 전혀 없다. ‘밞아’는 잘못 표기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즘 자주 쓰이지 않아 낯설 수 있겠지만 ‘밞다’라는 단어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등재되어 있다.

밞다

1. 두 팔을 편 길이를 단위로 하여 길이를 재다.

2. 두 팔을 벌려서 마주 잡아당기다.

3. 한 걸음씩 떼어 놓는 걸음의 길이를 단위로 하여 거리를 헤아리다.

4. 한 걸음씩 힘들여 앞으로 발을 떼어 놓다.

5. 어린아이가 한 걸음씩 걷기 시작하다.

  위의 뜻 중에서 황순원의 소설의 구절에 쓰인 ‘밞다’는 세 번째 뜻이다. 이 뜻을 참고하여 소설을 다시 한번 살펴본다면 ‘왜 좀 더 멀리서 보폭으로 거리를 어림해서 무사히 뛰어 건너지를 못했을까?’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보폭으로 거리를 어림 계산하는 행위를 ‘밞다’라고 표현했다고 생각하니 경제적으로 표현된 동시에 어감도 좋아진 것 같다. 사실 그만의 뜻을 가진 단어인데, 표기의 실수로 여기는 사례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결딴’ 역시 ‘결단’을 잘못 표기한 것으로 인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결딴’은 ‘어떤 일이나 물건 따위가 아주 망가져서 도무지 손을 쓸 수 없게 된 상태’를 이르는 말로 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결정적인 판단을 하거나 단정을 내림’을 뜻하는 ‘결단’과는 전혀 상관없는 뜻으로 말이다.

갹출하는 이미지

  ‘갹출’도 낯선 어감 때문에 ‘각출’의 오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갹출’은 ‘같은 목적을 위하여 여러 사람이 돈을 나누어 냄’이라는 뜻으로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어 있다. ‘각각 나옴’, ‘각각 내놓음’을 뜻하는 ‘각출’과 소리도 비슷하고 뜻도 통하는 부분이 있어 많은 이들이 헷갈리고, 또 둘 중 하나인 ‘각출’만이 옳은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갹출’ 역시 ‘결딴’과 마찬가지로 어엿한 표준어이다.

  ‘밞다’의 뜻을 모른 채 황순원의 소설을 접했을 때 ‘밞아’를 표기상의 오류라고 받아들인다면, 바르게 표기되었어야 할 단어와 뜻을 미루어 이해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고, 그래도 이해할 수 없었다면 어쩔 수 없이 다음 구절로 넘어가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틀린 글자라고 여기지 않고 모르는 단어라고 생각하며 사전을 찾아본다면, 새로운 말을 익힐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이렇듯 평소에 사전을 가까이 하고 자주 찾는 습관을 들여 더 풍성한 언어생활을 누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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