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블로그

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

궁금한우리말

전국 방언 말모이

생활 속의 충청도 방언

우짼지 짠지가 짜드라

얼마 전에 초등학교 때의 고향 친구들을 만났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한 친구가 “우짼지 짠지가 짜드라!”라고 말하자 다른 친구가 “야, 그거 우리 국민학교(초등학교) 댕길(다닐) 때 마이(많이) 하든 말이여.”, “맞어, 맞어. 그땐 저릏게(저렇게) 마이 했어.”, “그른데(그런데) 요샌 점점 어져서(없어져서) 안 쓰는 거 같어.”라고 하면서 박장대소를 한 적이 있다.

‘우짼지’는 표준어의 ‘어쩐지’에 대응하는 말인데 충북의 청주를 중심으로 충청도 북동쪽 지역에서 주로 쓰고, 충청도 서쪽 지역에서는 주로 ‘워쩐지’나 ‘워짠지’와 같이 쓰인다. ‘어떻게’도 충청도 북동쪽에서는 ‘우티기’, ‘우티게’와 같이 말하고 충청도 서쪽 지역에서는 ‘워떻게’나 ‘워틓게’와 같이 말한다. 그리고 ‘댕기다(다니다), 마이(많이), 저릏게(저렇게), /웂다(없다)’도 충청도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짠지’는 표준어의 ‘짠지’가 아니고 표준어 ‘김치’에 대응하는 말이다. ‘짠지’와 ‘김치’에 대하여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짠지

「명사」 무를 통째로 소금에 짜게 절여서 묵혀 두고 먹는 김치. 김장 때 담가서 이듬해 봄부터 여름까지 먹는다. ≒무짠지ㆍ청함지.

김치

「명사」 소금에 절인 배추나 무 따위를 고춧가루, 파, 마늘 따위의 양념에 버무린 뒤 발효를 시킨 음식. 재료와 조리 방법에 따라 많은 종류가 있다.

김치 재료 ‘짠지’는 ‘무를 소금에 짜게 절여서 묵혀 두고 먹는 음식’이고, ‘김치’는 ‘배추나 무를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음식’이다. 그런데 충청도, 특히 충청북도에서는 ‘배차(배추)’와 ‘무수(무)’로 짠지도 담고(담그고) 짐치(김치)도 담는다(담근다). 충청도의 동북부 지역에서는 ‘짠지’도 ‘짠지’고 ‘김치’도 ‘짠지’기 때문이다. 요즈음은 배추와 무로 담근 ‘짠지’를 대부분 표준어인 ‘김치’로 바꾸어 쓴다. 대신에 무를 얄팍하고 네모지게 썰어 절인 다음, 고추・파・마늘・미나리 따위를 넣고 국물을 부어 담그는 ‘나박김치’는 ‘(물)짐치’라고 한다. 그렇다고 충청도 방언에 ‘짐치(김치)’가 없는 것도 아니다. 충청도의 ‘짐치’는 ‘무수짐치, 꼬추짐치, 꼬춧잎짐치, 오이짐치, 열무짐치’ 등이 있다. 이들 짐치(김치)는 각각 주재료를 소금으로 절이고 여기에 양념을 넣어 버무려서 바로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음식이다.1)

이에 비해 충청도의 ‘짠지’ 종류로 ‘무수짠지, 배차짠지, 무수말랭이(짠지), 꼬춧잎짠지, 마늘짠지, 북어짠지, 파짠지, 박짠지, 콩짠지’ 등이 있다. 이들 짠지는 주재료를 소금물에 절이고 진간장과 양념으로 간을 한 다음 버무려서 오래 보관했다가 먹을 수 있도록 만드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짐치(김치)와 다르다.

‘짠지’가 ‘짐치(김치)’와 다른 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소금물이나 진간장을 이용하여 간을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오래 두고 먹는 일종의 저장 음식이라는 것이다. 이 중에서 ‘무수짠지’와 ‘배차짠지’가 중년층 이하에서는 표준어 ‘무김치’와 ‘배추김치’로 바뀌었고, 표준어 ‘나박김치’에 대응하는 ‘(물)짐치’는 ‘물김치’와 ‘김칫국’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충청도의 장년층 이상의 토박이들은 여전히 “우짼지 짠지가 짜드라(어쩐지 짠지가 짜더라.).”라는 말을 관용어로 사용한다. ‘짠지’가 소금물이나 진간장으로 간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당연히 짠 음식인데 그것을 짜다고 하는 말이다. 말을 하는 순간에는 상대방이 하는 말의 뜻이나 상황을 바로 파악하지 못해 미심쩍어하거나 의아해했지만 화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파악하고 나니 화자의 말이 다 이유가 있고 인정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똑같은 상황에서 “우짼지 짠지가 맵드라.”도 쓰인다. 이 말은 화자가 한 말의 뜻이나 상황이 청자가 기대하거나 예측한 것과 어긋났음을 확인하고 화자가 한 말의 뜻과 의도를 이해하고 인정한다는 뜻으로 쓰는 말이다. 방언에 따라 음식은 같아도 이름이 다를 수 있고, 이름이 같아도 음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장닭 한 마리하구 달갈 시 꾸리미 팔어서 지우 찹쌀 스 되 팔어 왔다

‘장닭’은 표준어의 ‘수탉’, ‘달갈’은 ‘달걀’, ‘계란’에 대응하는 충청도 방언이다. ‘꾸리미’와 ‘지우’는 각각 ‘꾸러미’와 ‘겨우’에 대응하는 충청도 방언이다. ‘꾸리미’는 달걀 열 개씩을 짚으로 묶은 것으로, ‘시 꾸리미’는 달걀 ‘세 꾸러미’를 가리킨다. 그런데 장닭을 팔어서(팔아서) 찹쌀을 팔어 왔다(팔아 왔다)니 이건 또 무슨 말인가?

표준어 ‘팔다(賣)’에 대응하는 충청도 방언으로는 ‘내다, 바치다, 돈사다, 사다, 팔다’ 등이 있다. 충북 북부 지역(단양, 제천, 괴산)에서는 ‘콩 한 가마니 냈다, 쌀 열 가마니 바쳤다’고 하면 콩이나 쌀을 가지고 가서 돈으로 바꾸어 왔다는 뜻이고, ‘콩/쌀 한 말 사왔다’고 하면 역시 콩이나 쌀을 가지고 가서 돈으로 바꾸어 왔다는 뜻이다. 이와 달리 충북 중부 이남 지역(청주, 보은, 옥천, 영동)과 충남 지역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쌀 한 말 팔어 왔다, 쌀 한 말 팔어 먹었다’고 하면 쌀을 가지고 가서 돈으로 바꾸었다는 뜻이다. 충남 지역에서는 곡식을 팔아서 돈으로 바꾸어 왔다는 뜻의 ‘돈사다’도 쓰인다. 곡식을 사고팔 때는 이렇게 ‘사다’와 ‘팔다’가 뒤바뀌어 쓰이기도 한다. 그런데 닭, 돼지, 소, 달걀, 나물 등 곡식 이외의 것을 팔 때는 ‘팔다’가 ‘팔다(賣)’의 의미로만 쓰인다. 충청도에서는 지역에 따라 곡식을 ‘판다’고 하면 표준어 ‘사다’에 대응하는 ‘買’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고, ‘낸다’나 ‘바친다’고 하면 표준어 ‘팔다’에 대응하는 ‘賣’의 의미로 쓰이기도 하는 것이다.

반면에 표준어 ‘사다(買)’에 대응하는 충청도 방언으로 ‘사다’ 외에 ‘팔다’와 ‘내다’가 쓰인다. 곡식을 팔고 살 때 표준어 ‘팔다(賣)’에 대응하는 말로 ‘팔다’를 쓰는 충청북도 남부 지역(보은, 옥천, 영동)에서는 표준어 ‘사다(買)’에 대응하는 방언으로 ‘내다, 내루 간다(내러 간다)’를 쓴다. 대신에 표준어 ‘팔다’에 대응하는 말로 ‘내다’나 ‘바치다’를 쓰는 지역에서는 ‘사다’에 대응하는 방언형으로 ‘팔다’나 ‘팔어 온다’를 쓴다. 따라서 ‘찹쌀 스 되 팔어 왔다’는 ‘찹쌀 서 되 사 왔다’는 뜻이다. ‘쌀 팔루 갔다’는 ‘쌀 사러 갔다’는 뜻이고 ‘쌀 내루 갔다’는 ‘쌀 팔러 갔다’는 뜻이다.

장터

시방까장 들어온 쌀을 볼 것 같으며는 죄다 숭년 그지 동냥 주듯이, 물알 든 베 찧은 싸래기쌀, 쭉젱이 찧은 물은쌀, 닭 오리 모이허던 두루메기쌀, 뒷목 찧은 자갈쌀, 해설랑은이 몽땅 시게전 바닥 쓸이 해온 것이나 다름이 웂더라 이것입니다.

- 이문구, <우리동네>(1983)

충청도 방언인 ‘시방까장(지금까지), 같으며는(같으면), 숭년(흉년), 그지(거지), 베(벼), 싸래기쌀(싸라기), 쭉젱이(쭉정이), 물은쌀, 두루메기쌀, 자갈쌀, 해설랑은이(해서는), 웂더라(없더라)’ 중에는 대응하는 표준어 단어나 표현이 있는 것도 있고 없는 것도 있는데, 대응하는 표준어가 있더라도 의미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쌀 ‘싸래기쌀’은 부스러진 쌀알을 뜻하는 표준어 ‘싸라기’에 대응하는 ‘싸래기’에 다시 ‘쌀’이 붙은 말이다. ‘싸래기’는 쌀알이 부스러진 것과 벼가 덜 여물어서 방아를 찧었을 때 쌀알이 온전하지 못한 것까지 포함한다. 덜 여문 벼를 표준어에서는 ‘물알 들었다’고 하지만 충청도 방언에서는 ‘무녀물 들었다’고 한다. 벼가 덜 여문 것을 수확하여 방아를 찧으면 쌀이 푸른 빛깔을 띠는데 이것을 ‘청치’라고 한다. 국어사전에는 ‘청치’를 ‘현미에 섞인, 덜 여물어 푸른 빛깔을 띤 쌀알’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이와 비슷한 것이 벼가 덜 여문 쭉정이 벼를 말려 방아 찧은 ‘물은쌀’이다. ‘두루메기쌀’은 닭이나 오리 등 집에서 기르는 가금류의 모이로 휘뚜루 먹일 수 있는 품질이 낮은 쌀이고, ‘자갈쌀’은 타작을 할 때 좋은 알곡은 따로 모아 뒤주나 가마니에 담고 남은 ‘뒷목’, 즉 북데기나 자잘한 자갈 따위에 섞여 있는 벼를 방아 찧은 쌀이다. 벼를 타작할 때 탈곡기를 놓았던 자리에 북데기와 함께 떨어져 있는 곡식알은 특별히 ‘꾜때기’라고 하는데 이것을 ‘뒷목’과 함께 방아 찧은 것도 ‘자갈쌀’이라고 한다.

글_박경래
세명대학교 인문예술대학 교수
한국방언학회 회장

1) 여기에 소개하는 짐치류나 짠지류 음식은 100여 년 전부터 청주를 중심으로 한 충청도 지역에서 해 먹던 반가 음식이다.

<참고 문헌>
국립국어원 편(1999), 《표준국어대사전》, 동아출판사.
민충환(2001), 《이문구 소설어 사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
박경래(2010), 《문학 속의 충청 방언》, 국립국어원 문학 속의 방언 총서3, 글누림.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87), 《한국방언자료집》Ⅲ 충청북도 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정신문화연구원(1990), 《한국방언자료집》Ⅳ 충청남도 편, 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함께 보면 좋은 기사 +더보기

가장 인기 있는 기사 +더보기

이벤트 신청

이벤트신청하기

이름

휴대폰번호

이벤트
정답

파일첨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동의]

1) 수집목적 : 상기 이벤트는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이벤트 참여를 통해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만들고, 이벤트 참가자분들이 웹진을 계속 구독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2) 수집항목 : 닉네임, 비밀번호, 이메일, 휴대폰번호, 댓글, 비밀댓글 여부, 정보수집동의 여부, 웹진수신동의(구독자 확대를 위해 실시하는 이벤트이므로 개인정보수집 동의시 웹진 수신을 동의한 것으로 간주합니다.) 3) 이용 : 이벤트 당첨시 경품 발송, 당선작 발표, 웹진 발송 4) 보유기간 : 경품 수령 확인시까지(1개월), 단 웹진 구독용 정보는 <해지>시까지 이메일만 보유 5) 정보보호 책임자 : 이벤트 대행사 (주)인포아트 서지민(02-2269-5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