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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통신원 편지

프랑스인들의 복불복,
Ça dépend

프랑스 통신원_이현재

Ça dépend! Ça dépend? 프랑스에 살면서 자주 듣게 되는 말 중 하나가 ‘Ça dépend’이라는 말인데 [사데팡]으로 발음된다. 영어로는 “It depends on.”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뜻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예전 어느 코미디언의 유행어로 사용되었던 ‘그때그때 달라요’가 적합한 표현일 것 같다.

그럼 ‘Ça dépend’이라는 표현은 프랑스에서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상대방의 기분, 혹은 그가 처한 상황에 따라 어떤 일이 원칙이나 기준이 없이 진행되어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계약을 할 때 집주인이 기분이 좋은 상태라면 구매자에게 유리한 조건에 계약이 성사될 수 있지만 반대로 집주인이 기분이 좋지 않다면 계약 조건이 까다로워질 수도 있고 계약이 무산될 수도 있다. 행정 기관에 가더라도 담당자마다 업무의 처리 기준이 상이해서 그에 따른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예를 들어 엄격한 원칙을 적용하는 담당자를 만나면 행정 처리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어가지만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는 직원을 만나면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수 있다. 이렇게 처리 방법이나 기준이 달라지면 그에 따른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프랑스에서는 지난번에 큰 문제없이 해결된 사항이라고 해서 이번에도 별 탈 없이 진행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

물론 일이 진행되기도 전에 상황을 부정적 또는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지 않는다면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그로 인한 불이익은 온전히 당사자가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프랑스가 큰 원칙이나 기준이 없는 곳은 아니다. 정해진 제도와 기준을 바탕으로 담당자는 주어진 재량의 범위 내에서 판단한다. 또한 담당자 업무에 대해서는 간섭과 관여가 최소한으로 이루어져 담당자가 개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만 서비스 공급자의 광범위한 재량은 각종 서비스를 받는 수요자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못했던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는 예전의 불합리했던 관행들이 사라지면서 시스템화, 표준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한국인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Ça dépend

프랑스에서 외국인으로서 생활할 때 ‘Ça dépend’은 단지 복불복으로 받아들여야만 할까? 프랑스에서 살면서 체험한 것에 비추어 보면, ‘Ça dépend’은 한국에서처럼 모든 과정이 문제없이 처리될 거라는 고정 관념을 버리고 어떤 사안에 대해 최대한 많은 경우의 수를 준비해야 함을 내포하고 있다. ‘로마에 가면 로마의 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프랑스에 살면서 한국에서 가졌던 사고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우선 프랑스의 생활 방식에 적응해 나가되,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불합리한 상황에 처했을 때에는 강력하게 의사 표시를 해야 한다. 프랑스에서는 결코 침묵은 금이 아니다. 침묵은 긍정을 의미한다. 다른 사람에게 배고프다고 소리치기 전까지는 어느 누구도 나의 배고픔을 알지 못하고 내게 빵을 던져 주지도 않는다. 나의 배고픔을 남들이 알아주기 전에 내가 먼저 나의 배고픔을 알려야만 굶주림에서 벗어날 수 있다. 동양의 사고방식에 따르면 상황을 살펴본 다음 상대방에게 양보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지만 이런 자세는 프랑스 생활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서 밥을 채워야만 무시를 당하지 않고 관심을 받을 수 있다.

프랑스에서 살게 되면서 어떤 일을 처리할 때 한 가지 결과만을 예상하지 않게 되었다. 여러 시나리오를 예상하고 그에 맞게 상황에 대처하려 한다. ‘Ca dépend’은 결코 복불복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얼마나 준비를 잘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얼마나 부지런히 많이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과한 것보다는 부족한 것이 낫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오히려 과한 준비가 더 나을 수 있다. ‘Ça dépend’은 운과 불운의 문제라기보다 자세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얼마만큼 많이 준비했느냐에 따라 일의 성패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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