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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

궁금한우리말

전국 방언 말모이

시에서 경북 방언을 만나다

네가 주는 것이 무엇인가?
어린애게도 늙은이게도
즘생보담은 신령하단 사람에게
단맛 뵈는 엿만이 아니다
단맛 넘어 그맛을 아는 맘
아모라도 가젓느니 잇지 말라고
큰 가새로 목닥 치는 네가
주는 것이란 엇재 엿뿐이랴!

- 이상화, 〈엿장사〉

대구에서 태어나 활동한 이상화의 시에서 경북 방언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가비얍다(가볍다), 가새(가/가위), 가심(가슴), 가찹다(가깝다), 능금(사과), 대이다(닿이다), 독갑이(도깨비), 뒤직이(두더지), 들마꽃(제비꽃), 등심살(등힘살), 따습다(따뜻하다)’ 등의 대구·경북의 방언이 곳곳에 나타납니다. 이처럼 시에서 만나는 방언 시어는 지역 사람들의 사용 어휘뿐 아니라 방언에 배어 있는 토속적인 가락, 장단, 말투, 억양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질펀한 심상이나 맛깔을 만날 수 있게 합니다. 그래서 시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은 시인의 시선, 감성을 따라 가고 더불어 지역의 감성을 만나기 위해 필요한 일입니다.

앞서 인용한 이상화의 시 〈엿장사〉에 나오는 시어 중 ‘가새’라는 경북 방언을 모르면 엿장사가 신명 나게 엿가위로 엿을 쳐 잘라 주는 모습을 떠올리기 힘듭니다. ‘가새’는 ‘가위’의 경북 방언으로, 경상도에서는 이 외에도 ‘까위, 가이, 가이개, 가시개, 까시개’ 등이 함께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 중 이 시에서 사용된 ‘가새’와 방언형 ‘가시개, 까시개’는 예전에 사라진 반치음(ㅿ)을 확인할 수 있는 말입니다. 역사적으로 ‘반치음(ㅿ)’에 대응하는 어휘가 경상 방언에서 ‘ㅅ’으로 실현되는 어휘가 많은데 ‘가실(가을), 야시/여시(여우), 저실(겨울), 지심(잡초, 잡풀), 부석(부엌, 아궁이), 지서(作: ‘짓다’의 활용형), 쪼사(琢: ‘쪼다’의 활용형)’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새빅에 이말무지로
새미 가새 한 분 가보소
감이 얼매나 널찌실랑강

새빅에 이말무지로
장터꺼래 한 분 가보소
돈이 얼매나 널찌실랑강

이말무지로 한 분 기다리보소
지집질하는 사나도
지엽으마 오겠지

- 상희구, 〈이말무지로/대구.80〉

따옴표접시꽃 안에는 초롱불 그따.
접시쪽 가세 불그치 환하게 피었다.
따옴표

- 이오덕, 〈허수아비도 깍꿀로〉 *새빅: 새벽, 새미: 샘, 널찌실랑강: 떨어지는지, 지엽으마: 지겨우면, 불그치: 불같이

위의 시에서도 우리는 방언 어휘 ‘가새’를 만날 수 있습니다. 지역 출신 작가 상희구, 이오덕의 시에 나타난 ‘가새/가세’는 바깥쪽 부분을 뜻하는 ‘가’에 조사 ‘에’가 결합된 ‘가에’에 해당되는 지역 방언입니다. 이처럼 시에 나타난 방언을 문맥에 따라 제대로 이해하면 시인의 감성을 더 풍부히 느낄 수 있습니다.

경북 방언 어휘에는 ‘뽈때기(볼), 똘배(돌배), 까시(가시)에서처럼 된소리가 많이 실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좀 강한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리고 앞서 본 것처럼 고어(古語)형이 남아 있는 방언 어휘가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정치·경제·문화적인 중심 지역에서 벗어날수록 언어의 개신(改新)1)이 더디게 나타나서, 지역으로 갈수록 오래된 고어(古語) 형식의 방언이 잔존해 있기 마련입니다. 경북 지역의 방언으로 ‘호박(확2)), 더부(더위), 부직(부엌), 끄지름(그을음), 뿌지레기(부스러기), 구적/구직/꾸직(구석), 잊다(잇다), 젖다(젓다), 잦다(잣다)’ 등이 있습니다. 이는 고대의 이 방언에서 ‘순경음ㅂ(ㅸ)’과 ‘반치음(ㅿ)’을 음소로 가졌음을 뒷받침해 줍니다. 그리고 ‘동개다(포개다), 후비다/도딕키다(훔치다), 까리비다(꼬집다), 맥지/백지(공연히), 맹(역시), 하마(벌써), 그릉지(그림자), 수껑/수꿍(숯), 다황(성냥), 짠지(김치), 능까/능가(벼랑), 심장구/멍장구/싱거무(멍), 깝치다(재촉하다)’ 등에서도 경북 방언이 지닌 어휘의 독특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짙어 가는 가을빛 아래서 한 편의 시를 통해 시인의 감성과 지역의 방언을 만나 보는 것은 어떨지요. 더 풍성한 마음으로 이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는 비슬산(琵瑟山) 뒤로는 팔공산(八空山)
그 복판을 흘러가는 금호강 물아
쓴 눈물 긴 한숨이 얼마나 쌧기에
밤에는 밤 낮에는 낮 이리도 우나
반 남아 무너진 달구성(達句城) 옛터에나
숲 그늘 우거진 도수원(刀水園) 놀이터에
오고가는 사람이 많기야 하여도
방천(防川)둑 고목(古木)처럼 여윈 이 얼마랴
넓다는 대구(大邱) 감영 아무리 좋대도
웃음도 소망도 빼앗긴 우리로야
님조차 못 가진 외로운 몸으로야
앞뒤뜰 다 헤매도 가슴이 답답타
가을밤 별같이 어여쁜 이 있거든
착하고 귀여운 술이나 부어 다고
숨가쁜 이 한밤은 잠자도 말고서
달 지고 해 돋도록 취해나 볼 테다.

- 이상화, 〈대구행진곡〉
*복판: 가운데, 쌧기에: 많기에

글_홍기옥
위덕대학교 자율전공학부 교수
전 국립국어원 민족생활어 조사 연구원

1) 제도나 관습 따위를 새롭게 고침.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2) 방앗공이로 찧을 수 있게 돌절구 모양으로 우묵하게 판 돌. 방앗공이가 떨어지는 곳에 묻어 그 속에 곡식을 넣고 찧거나 빻는다. 『표준국어대사전』 참조.

<참고 문헌>
이상규, 홍기옥, 『시어방언사전』, 역락, 2015.
이상규, 『경북방언사전』, 태학사, 2000.
한국학중앙연구원(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방언자료집』 7 경상북도 편, 1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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