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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원 온라인 소식지 쉼표, 마침표.

한국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 놀라운우리말

국어 교실에서

외국인에게서
배우다

반소연

무형 문화재 제1호 종묘 제례, 안동 하회 마을, ‘한가위’의 유래…….

보통의 한국 사람은 외국인 친구에게 한국의 유적이나 전통에 얽힌 이야기를 술술 풀어낼 수 있을까? 학창 시절에 배워서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사람, 예전에 영상으로 본 적이 있지만 설명하기 어렵다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한국어 교사가 되기 전, 나 또한 이러한 부류에 속했다.

안동 하회 마을

현재 나는 6급1)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 수업에서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친숙하지 않은 소재에 관해서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다.”라는 목표 아래 비교적 딱딱하고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룬다. 내용 수준이 상당한지라 강의 경력이 10년이 넘은 나도 수업 전에는 인터넷을 보고 책도 찾아 가면서 꼼꼼히 준비를 해야 한다. 6급에서는 교재 첫 단원부터 한국의 근대사, 한국의 문화유산과 같은 역사 관련 주제들이 등장한다. ‘이런 내용을 배우면 학생들이 흥미를 잃지 않을까?’, ‘너무 어렵다고 포기하지는 않을까?’ 등등 처음 6급 수업을 담당했을 때 품었던 우려들은 수업이 진행되면서 깨끗이 지워져 갔다.

“선생님, 이런 내용 이제 끝났어요? 더 안 배워요?”
“한국 역사요? 네, 한국 역사는 끝났지만 나중에 한국의 전통문화에 대해 더 배울 거예요. 왜요? 어려웠어요?”
“아니요, 너무 재미있었는데 아쉬워서요.”
“시간이 있으면 유적지에 한번 가 보세요. 아주 좋을 거예요.”
“네, 저도 꼭 가 보고 싶어요.”

학생들이 보인 예상 밖의 반응에 나는 나 스스로 선입견을 만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초·중급과는 달리 고급 어휘가 많이 등장하고, 한국사에 대해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는 수업은 학생들이 흥미를 갖지 못할 거라는 교사의 주관이 쓸데없는 걱정을 낳았던 것이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반응에 교사는 당연히 힘을 받기 마련이지만 마냥 즐거워할 수만은 없었다. 나는 책상 앞에 앉아 손쉽게 얻어 낸 단편적인 지식을 전달하면서 좋은 곳이니까 한번 가 보라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물론 수업에 별 지장은 없었다. 그러나 이러한 학생들의 반응은 타성에 젖어 틀에 박힌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얼마 전 추석 연휴 때 나는 안동 하회 마을과 경주를 다녀왔다. 수업 때 다루는 유적지를 직접 답사해 보고 싶어서였다. 촉촉이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여유롭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한국의 전통미와 특유의 운치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왜 외국인들이 이곳에 매료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앞으로는 이 현장들을 학생들에게 좀 더 생생히 전달할 수 있겠지.”

학생들

학생들

이러한 경험은 비단 고급의 수업에서만 있는 것이 아니다. 초·중급 수업은 학생들의 한국어 수준이 비교적 낮기 때문에 방심하기 십상이다. 한국어 강사 초기 시절, 중급 수업 중에 있었던 일이다. “낙엽이 한 잎, 두 잎 떨어지면….” 하고 교재를 읽고 있는데, 갑자기 한 학생이 질문을 했다.

“선생님, 상추는 어떻게 세요?”
“어…… 상추는 한 장, 두 장 이렇게 세요.”
“같은 식물인데 왜 달라요?”
“잎이 넓고 먹을 수 있는 채소는 ‘장’으로 세는 것 같아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자신 없이 ‘추측’의 표현을 써서 학생들에게 답한 뒤 나는 쉬는 시간에 곧바로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다행히(?) 틀리지는 않았지만 이렇듯 무방비 상태에서 받는 질문에 응대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일상에서 아무런 주저 없이 사용하던 표현도 막상 가르치려면 하나의 학습할 내용이 되어 지식을 요하게 된다. 이 일을 계기로 나는 단위 명사들을 두루 학습하였다.

가끔은 티브이에 출연하는 외국인들도 내게 과제를 던져 준다. 한 케이블 채널에서 하는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방송을 시청할 때였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친구들을 초대하여 여행을 같이 하면서 외국인 친구들의 시선으로 본 한국을 그려 낸다. 처음 한국을 접한 외국인들은 우리의 일상을 독특한 문화로 받아들였으며, 그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재미를 안겨 주었다. 특히 독일인 친구들은 일제 강점기의 서대문 형무소, 임진각 통일 전망대, 경주의 유적지 등을 찾아다니며 한국 역사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친구를 초대한 독일인의 지식도 놀라웠다. 쏟아지는 친구들의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며 한국의 문화 해설사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오랜 기간 한국에 거주했다고 해도 어떻게 외국인이 한국 역사와 문화를 저리 훤히 꿰고 있을까. 나는 수십 년 동안 서울에 살면서도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을 자랑스러워만 했지 지척에 있는 역사의 현장들을 무심히 지나다니기만 했는데……. 감탄하면서도 한편으로 한국어 교사인 나도 저렇게 설명하긴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앞으로도 공부할 것이 참 많다 싶다.

한국어 교사들은 우스갯소리로 한국어뿐만 아니라 다방면의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한다. 역사면 역사, 문화면 문화, 사회 문제면 사회 문제 어느 하나라도 모르면 수업하기 어렵다고 말이다. 실제로 한국어 교사들은 언어 교수에 국한하지 않고 다방면의 지식과 정보를 외국인 학생들에게 전달하려 끊임없이 연구한다. 동시에 우리는 학생들을 통해 한국을 듣고 배운다. 외국인의 입장이 되어 자국인으로서 당연시하던 것들을 재해석하고 새롭게 돌아보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외국인들을 우리의 ‘교사’라고 말하고 싶다. 재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앞으로도 연구를, 그리고 배움을 등한시하지 않으려 한다. 한국어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데 대해 자긍심과 행복감을 느끼며…….

글_반소연
우연히 한국어 교사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이제는 외국인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 일상 중 가장 즐거운 일이 되었다. 국민대학교 한국어 센터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1) 한국어센터의 교육 과정은 수업이 어려운 정도에 따라 1급~6급으로 나뉘어 있으며, 6급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의 한국어를 교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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