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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레사 놀라운우리말

우리말 친구들

한글로 시를 쓰는 즐거움

캐나다 요크대학교 테레사 현 교수

미국 뉴욕에서 태어나 워싱턴에서 성장하고 프랑스에서 수학한 뒤,
한국에서 교편을 잡고 다시 캐나다로 이주해 한국 문화를 전파하고 있는 테레사 현 교수를 소개한다.

국제도시 토론토에서 한국학을 열다

테레사 현(Theresa Hyun) 교수의 필명은 ‘현태리’이다. 본래 이름인 ‘테레사’의 ‘테리’와 한국인 남편의 성인 ‘현’을 따서 지었다. 그녀는 미국 아이오와주립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0년부터 12년간 경희대학교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쳤으며, 1992년부터는 캐나다 요크대학교의 인문학부 교수로서 한국 관련 교양 과목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녀가 현재 지내고 있는 토론토는 인구 6백만 명이 살아가는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이다. 미국과 프랑스를 거쳐 한국에서 10년 넘게 생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인종과 언어가 어우러진 캐나다로 이주하는 것은 그녀에게 큰 도전이었다고 한다. 현 교수가 토론토로 가게 된 결정적 이유는, 요크대학교에서 그녀에게 한국학 강좌를 맡아 달라는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프랑스 문학을 가르치는 것도 의미 있었지만, 제삼국에서 한국 문학과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은 실로 가슴이 뛰는 일이었다고 한다.

그녀가 캐나다로 이주할 당시만 해도 외국 대학에 한국학이 개설된 경우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토론토에 한인 교포들이 늘기 시작하면서 한국학 강좌 개설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요크대학교에서도 테레사 현 교수를 영입하며 한국학 강좌를 열었지만 첫 강의에 출석한 학생은 단 4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이후 한국학 강좌는 10년간 눈에 띄는 성장 없이 정체기가 지속되었으나, 현재는 한류가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 강좌에만 300여 명의 학생이 수강하고, 한국의 대학이나 정부 기관과의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캐나다에서 점점 높아지는 한국의 위상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고 한다.

수업 중인 테레사 교수’

“국제 사회에서 한국의 위상도 달라졌지만, 제가 한국에 있을 때에 비해 한국 사회 내부적으로도 사고방식과 풍조가 많이 달라진 걸 느껴요. 특히 학계나 정부 기관, 언론 매체 등에 여성의 진출이 월등히 많아진 것을 보면서 말이죠. 한국에서 열리는 학회나 문화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여성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 사회의 인식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또한 그녀는 한국 문화의 바탕에 깔려 있는 ‘정(情)’이 한국 사회를 한 공동체로 묶어 주는 데에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매번 느낀다고 했다.

한국어로 시를 쓰고 영어로 번역하다

테레사 현 교수는 한국에 있을 당시 시학 교실에 참여하면서 시와 인연을 맺게 됐는데, 그전까지는 영어로도 시를 쓴 적이 없었다고 한다. 2003년에 시 전문 계간지인 《시와 시학》을 통해 한국 문단에 정식으로 등단한 그녀는, 2012년에 생애 첫 시집인 《판문점에서의 차 한잔》을 발표하고, 4년 만인 지난해에 두 번째 시집 《평화를 향해 철마는 달린다》를 발표했다.

평화를 향해 철마는 달린다 현태리 시집 “시를 쓰기 전에 여러 편의 논문을 쓰고 책을 내기도 했지만 그것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제 생각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시를 쓰면서 어떤 특별한 메시지를 담으려 하기보다는 시를 쓰는 즐거움 자체를 느끼려고 했어요. 오히려 한국어였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시가 국경을 넘어 다른 문화권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창이 되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현 교수는 지금도 한국어의 감을 잃지 않기 위해 매일 한글로 쓰인 시 한 편씩을 읽거나 암송한다. 특히 만해 한용운의 〈이별은 미의 창조〉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별은 미의 창조입니다/ 미는 이별의 창조입니다”라고 역설적으로 표현한 시구 속에 나타난 인간의 모순된 모습이 가장 인상 깊게 와닿는다고 했다.
  • 철마는 달리고 싶다
    잃어버린 벗들 찾기 위해
    부산 급행열차 타면서
    문무왕 함성으로 들리는 전장
    한양 숭례문 합창곡
    평양성 메아리
    가방에 넣었다가

    나라 에워싸는 만리장성
    몽골말 달리는 벌판
    시베리아 동토대 그리고
    모스크바 붉은 광장 지나서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에 도착할 무렵
    가방을 열어드리고
    반가운 얼굴들과 함께 불러
    민족의 노래
    평화의 노래

    - 현태리, <평화를 향해 철마는 달린다> 전문

  • I want to ride the Peace Express.
    Searching for lost friends
    I get on the Pusan Station express and
    Pack my suitcase with
    Emperor Munmu's war cry reverberating
    across battle fields
    The chorus of Hangyang's victory gate
    The echo of Pyongyang fortress.

    The Great Wall protecting the country
    The prairie where Mongol horses gallop
    Siberian Tundra and
    Moscow's Red Square speed by.

    Arriving at Berlin's Brandenburg Gate
    I open my suitcase
    And along with my long awaited friends
    Sing a song of the people
    A song of peace.

    - Theresa Hyun,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을 한국인 못지않은 정서로 담아낸 그녀의 시는 한국어와 영어로 나란히 소개돼 있다. 먼저 한국어로 시를 쓰고 영어로 번역했다. 한국어와 영어가 일대일로 호응이 되지 않을 때면 의역을 하거나 한국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기는 방식을 취했다.

“〈진달래는 언제 피어나는가〉1)라는 시에 나온 ‘꽃샘바람’을 번역하면 ‘바람이 꽃을 질투한다’는 뜻이 되죠. 그러나 영어권 독자를 위해 ‘추운 봄바람(the chilling spring wind)’이라고 좀 더 완곡하게 번역했어요. 반면 〈마음의 꽃다발〉2)이라는 시에서는 ‘북망산천 가는 길’의 ‘북망산천’을 ‘Bukmang* Sancheon’으로 그대로 옮기고 설명을 덧붙였죠.”

현 교수는 한국어 중에서도 의성어와 의태어를 번역할 때 글맛이 살지 않아 참 아쉽다며, ‘솨아솨아’ 같은 표현을 어떻게 영어로 옮길 수 있겠냐고 웃었다. 더불어 한국어를 사랑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고 싶다면 이 가을에 시 한 편씩을 꼭 써 볼 것을 권유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 현태리, 《평화를 향해 철마는 달린다》, 시와 시학, 2016.
2) 현태리, 《판문점에서의 차 한잔》, 시와 시학, 2012.
* 로마자 표기법에 따르면 ‘Bungmang’으로 표기하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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