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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방언 둘러보기

고등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점심시간에 학교에서 옹기종기 친구들과 모여서 맛있게 도시락밥을 먹고 있는데 진해가 고향인 친구가 “어, 니 정구지 반찬 싸 왔네.” 하는 것이었다.

따옴표 아, 이럴 수가, 고성에서는 소풀이라 하는데 왜 이 친구는 정구지라 하지? 따옴표

또 마산이 고향인 친구는 “니캄마 내가 낫다.”, “모르는 거는 내가 갤마주께.”라고 했다. ‘캄마’, ‘정구지’, ‘갤마주께’…… 이런 방언은 생전 들어본 일이 없었는데 진해에 와서 처음 들어 보니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었다.

또 대학을 다닐 때의 일이다. 밀양이 고향인 친구와 같이 자취를 했는데, 친구가 “살이 다 떨어져서 살사로 가야 되겄다.”, “바닥에 떨어진 안주 조아 무우라.”라는 말을 쓰는 것이었다. 필자의 고향인 고성에서는 분명 ‘쌀’은 ‘쌀’이라 하고 “주워 먹어라.”는 “주우 무우라.”라고 하는데 이 친구는 ‘살’이라 하고 “조아 무우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또 옆방에서 자취하는 의령 친구는 내복의 하의를 ‘빠찌’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일본어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일러스트 이미지 1982년, 한산도에 처음으로 교사 발령을 받았다. 낯선 섬마을에서 처음으로 들어 보는 ‘시거리(야광충), 열레작대이(상앗대), 앵이(혹돔), 까지매이(껄떼기), 상사리(참돔의 새끼), 깨끄리(태풍이 오거나 파도가 심하게 치면서 공중으로 날리는 미세한 물방울), 연안(배가 소를 먹는 것을 방지하고 수명을 길게 하기 위하여 보름이나 한 달에 한 번꼴로 배의 바닥 면에 붙은 작은 패류 등을 긁어내고 불로 달구는 일)’ 등의 독특한 방언들을 만났다. 이러한 독특한 바다 방언과의 만남은 필자에게는 연인을 만난 것 이상으로 반가웠고 지금도 오롯이 머릿속에 소중한 모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추억과 독특한 방언들과의 만남은 필자로 하여금 평생을 방언의 울타리에 머물게 하였다.

경남 방언은 제주 방언과 함께 방언 학자들로부터 일찍이 특별한 관심을 받아 왔고 그로 인하여 조사 역시 활발히 이루어져 왔다. 그도 그럴 것이 경남 방언권은 표준어 방언권에 속하는 중부 방언권과 지리적으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어 독특한 방언이 형성될 수 있는 좋은 언어적 환경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태어난 경남의 재미난 방언에 대해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경남 방언에는 한자와 관련된 방언이 의외로 많다는 점이다.
간추(본채의 앞이나 옆에 달아내는 시설물/경남 전역), 포강(저수지/거제·고성·창녕), 도죽(고성·창원), 지우(지방/고성·창원), 오호(오포/통영·창원), 임석(음식/경남 전역), 대국밀(호밀/고성·통영·창원) 등의 방언이 그 예이다. 위의 방언들은 가추(加追), 포강(抱江), 도적(都炙), 지위(紙位), 오포(午砲), 음식(飮食), 대국밀(大國밀) 등이 그 어원이다. 이들 중 ‘간추, 포강, 도죽, 지우, 오호’ 등의 방언은 아직 학계에 밝혀지지 않은 방언이다. 방언 ‘간추’는 지역에 따라서 ‘가추’, ‘까추’ 등으로 나타난다. 제물 중에서 ‘으뜸()이 되는 적()’이라는 뜻으로 쓰는 고성과 창원의 방언 ‘도죽’, ‘도적’은 안동 등지에서는 ‘도적’으로 쓰인다. ‘지방(紙榜)’의 뜻으로 쓰이는 고성과 창녕의 ‘지우’는 강원도 등지에서는 한자의 어원대로 ‘지위(紙位)’로 쓰고 있음이 확인된다.

<그림 1> ‘벽이나 담 따위에 임시로 덧붙여 만든 허술한 건조물’이라는 뜻의 ‘까대기’는 경남 방언에서 ‘간추’, ‘까추’, ‘가추’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그림 2> ‘저수지’, ‘못’의 경남 방언은 ‘포강(抱江)’이다.

둘째, 경남 방언 무리에는 본말에서 생략된 것들이 있다.
창원과 함안을 가면 추석을 ‘추석’이라 하지 않고 ‘파얼’이라 한다. 언뜻 봐서는 추석을 떠올릴 만한 요소가 전혀 없는 듯하다. 그러나 ‘팔월 추석’이나 ‘팔월 한가위’란 말에서 뒷말을 떼어 버리면 ‘팔월’이 남게 되고, 이 ‘팔월’은 ‘파럴’을 거쳐서 ‘파얼’로 굳어져 추석의 의미가 된 것이다. 그리고 경남에서 ‘아궁이’의 의미로 널리 쓰는 ‘부석’은 ‘부석 아구지’에서, 통영과 하동에서 ‘국자’의 의미로 쓰는 ‘쪽’은 울산·부산·김해 방언 ‘쪽자’에서, 창원 상남에서 ‘수제비’의 의미로 쓰는 ‘떡국’은 ‘밀떡국’에서 일부분의 말이 생략되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셋째 경남 방언에는 표준어로 대체가 불가능한 독특한 방언들이 많다.
경남에는 ‘꼭지’라는 방언이 널리 쓰였는데 이 말은 경북에서도 널리 쓰였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방언 ‘꼭지’가 ‘막내아우의 경북 방언’으로 등재되어 있다. 그러나 ‘꼭지’는 ≪표준국어대사전≫처럼 표준어, ‘막내아우’로 풀 수 없는 말이다. 남존여비 사상이 강하던 시절에 아들이 귀한, 딸 많은 집안에서 꼭지(남자의 성기) 달린 아들을 낳게 해 달라는 바람으로 막내딸에게 집안의 어른들이 아명으로 붙이는 이름의 한 종류이다. 이 외에도 통영과 고성 등지에서는 ‘보리동생’이란 말을 썼는데 사전에는 ‘아우’라 풀이해 놓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오류다. 이 말을 어원대로 풀면 ‘아우’가 아니라 ‘바로 밑의 동생’, 즉 ‘첫째 동생’을 일컫는 말이다. ‘보리동생’과 같은 방언으로 창원, 함안 등지에서는 ‘아시동생’이란 말을 쓰는데 이 역시 표준어로 대체할 수 없는 말이다. 이 말은 ‘아시(첫 번째)’와 ‘동생’이 결합된 말인데 어원대로 옮기면 ‘첫째 동생’의 의미이다. 이 외에도 경남 방언에는 표준어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말이 수없이 많다.

넷째, 경남 방언 속에는 오래된 역사와 전통문화가 배어 있다.
어릴 때, 친구들과 자주 주고받던 말들 중에 “니가 하늘 대앙구가?”가 있었다. ‘니가 하늘에 비유될 정도의 무섭고 대단한 존재나 되느냐?’의 의미이다. 그런데 왜 하필 ‘대앙구’일까?
그랬다. 이 말은 조선 시대의 대단한 무기였던 ‘대완구(大碗口)’에서 온 말이다. 무섭고 대단한 무기, 요즘으로 치면 미사일이나 핵무기에 비유될 정도의 대단한 무기가 바로 대완구였던 것이다. 또 하동, 창원 등지에서는 지나칠 정도로 체면을 차리거나 남의 호의를 사양할 때 “청간지이다.”라는 말을 썼다. 강원도에서는 같은 의미로 ‘청관을 떨다’, 함경도에서는 ‘청관을 쓰다’, 경북에서는 ‘청관스럽다’를 썼다. ‘청관(淸官)’은 ‘조선 시대에 둔 홍문관의 벼슬아치. 문명(文名)과 청망(淸望)이 있는 청백리’라는 뜻이다. 청관(淸官)과 관련된, ‘청관떨다, 청관스럽다, 청간지이다, 청관쓰다’ 따위의 방언들은 모두 조선 시대의 벼슬인 청백리의 의미인 ‘청관(淸官)’에서 비롯된 방언인 것이다. 이처럼 방언의 어원을 찾다 보면 귀중한 역사와 문화를 만나게 되는 것이다.

제삿날 안날에 갔다. 고성·거제·통영·창원: 제삿날 다음 날에 간 것, 밀양: 제삿날 전날에 간 것

다섯째, 똑같은 방언형인데도 뜻이 전혀 다르다.
고성·거제·통영의 ‘아래’와 밀양·창원·창녕의 ‘아래’는 그 뜻이 다르다. 전자의 아래는 ‘접때’의 뜻을 가지고 있는 반면, 후자의 아래는 ‘그제’의 의미를 가진다. 또 고성·거제·통영·창원의 ‘안날’과 밀양의 ‘안날’은 완전히 상반된 뜻을 가지고 있다. 전자의 지역에서는 “제삿날 안날에 갔다.”라고 하면 제삿날 다음 날에 간 것이 되지만 후자의 지역에서는 제삿날 전날에 간 것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한 방언권에서 같은 방언형의 뜻이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여섯째, 경남 울산과 부산 방언에서는 ‘잃ㄱ다(잃다), 끓ㄱ다(끓다), 닳ㄱ다(닳다), 앓ㄱ다(앓다), 내년ㄱ에(내년에), 가을ㄱ에(가을에), 작년ㄱ에(작년에)’ 등의 방언에서 보듯 ‘ㄱ’이 끼어드는 독특한 음운 현상이 나타난다. 울산에서는 ‘끓었다, 앓았다, 내년에, 작년에’ 등은 신기하게도 ‘끓겄다, 앓갔다, 내년게, 작년게’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러한 음운적 특징은 너무도 낯설어서 같은 경남 방언권인 통영과 거제, 고성 등지에서는 이상한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위에서 알아본 것 외에도 경남 방언은 또 다른 특징들이 많이 있다. 그리고 아직 학계나 방언사전에 알려지지 않은 보석 같은 경남 방언들은 천지뻬까리다. 다음 기회에 이 천지뻬까리 중의 일부라도 소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오길 바란다.

글_김성재
국어연구가(우리말, 방언, 북한 말, 방송 언어)
7차 교육 과정 국어 교과서 연구 위원(2001-2010)
소년조선일보(2011), 농민신문(2013), 고성신문(2014) 방언 칼럼 연재
‘겨레말큰사전 남북사전공동편찬위원회’ 경남 방언 집필 의원
‘사단법인 경남방언연구보존회’ 사무국장
『경남방언사전』 공동 필자
현 초등학교 4학년 2학기 국어(나) 교과서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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