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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도 방언과 같은 듯 다른
육진 방언

‘아오지’, ‘오랑캐’ 육진은 함경북도 최북단에 있는 ‘회령, 종성, 온성, 경원, 경흥, 부령’의 여섯 고을을 묶어 일컫는 지역 이름입니다. 이 중에서 부령을 뺀 나머지 다섯 고을에서 쓰는 말을 ‘육진 방언’이라고 부르지요. 육진은 조선 세종 때 김종서가 개척한 지역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렇게 익숙한 느낌을 주는 곳은 아닙니다. 그러나 그 유명한 ‘아오지 탄광’이 경흥군(현 북한 새별군)에 있고, ‘이민족’을 낮잡아 일컫는 명사 ‘오랑캐’가 실은 이 지역에서 살던 여진족 부족의 이름인 점을 알게 되면 조금은 친숙한 느낌을 받게 되지 않을까요?

<사진 1> 육진 지역 <사진 1> 육진 지역 육진은 한반도의 다른 지역들과 달리 조선 초에 개척되어 그 역사가 상대적으로 짧고, 사민 정책에 의해 주로 하삼도(충청, 전라, 경상도) 지역의 주민들이 대거 이주한 곳입니다. 또한 원래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여진족의 문화적, 언어적 영향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이후 19세기 말부터는 육진 지역의 주민들이 두만강을 건너 만주 지역으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중국어, 러시아어와 접촉하면서 그 언어적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 방언은 함경도의 다른 지역처럼 지리적으로 고립된 상황은 같지만, 언어적으로는 매우 독특한 배경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방언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육진 방언을 함경도 방언의 하위 방언으로 보면서도 그 고유의 특성을 감안하여 이를 별개의 방언권으로 떼어 내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함경도 방언과 같은 듯 다른 육진 방언만의 특성들을 하나씩 살펴볼까요?

함경북도 회령 부근의 나루터. 만주 지역으로 이주하는 육진 주민. <사진 2> 함경북도 회령 부근의 나루터. 만주 지역으로 이주하는 육진 주민.

‘말소리 면에서 육진 방언이 다른 지역의 함경도 방언과 다른 점을 꼽자면 먼저 ‘ㅈ’의 발음을 들 수 있습니다. 이 지역은 ‘ㅈ’을 치조음으로 발음하는데요, 이는 우리가 북한 티브이(TV) 방송 등에서 들을 수 있는 평안도 방언의 ‘ㅈ’ 발음과 같습니다. 다른 함경도 지역은 중부 지역과 마찬가지로 ‘ㅈ’을 경구개음으로만 발음합니다. 그래서 육진 방언에서 ‘연장의 손잡이(柄)’를 뜻하는 ‘잘기’는 ‘곡식 등을 담는 자루(袋)’를 뜻하는 ‘잘기’와 그 발음이 다릅니다. 앞엣것은 치조음 ‘ㅈ’이고, 뒤엣것은 경구개음 ‘ㅈ’이기 때문이지요.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ㄷ’이 ‘ㅑ, ㅕ, ㅛ, ㅠ’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땨르다(짧다)’, ‘뎍다(적다, 記)’, ‘둏다(좋다)’, ‘듕간(중간)’ 등이 있습니다. 육진 지역은 다른 함경도 지역이나 중부 지역에서 일어난 ‘ㄷ 구개음화’ 현상을 볼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이런 특징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지요. 특히 이는 15세기 중세 국어 시기의 문헌에서도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육진 방언의 언어적 보수성이 다른 함경도 지역보다 더 강함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들 수 있는 것은 ‘비원순모음화’의 예들입니다. ‘느비(누이)’, ‘늡다(눕다)’, ‘드비(두부)’ 등의 낱말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는데요, 이들은 ‘ㅂ’의 앞에 있던 원순모음 ‘ㅜ’가 ‘ㅡ’로 변화한 결과입니다. 이것 또한 다른 함경도 지역은 물론, 우리가 살고 있는 중부 지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육진 방언 고유의 특성입니다.

육진 방언의 문법적 특성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문장을 끝내는 종결 어미의 형태입니다. 이를테면 ‘합쇼체’의 ‘-읍꿔니/습꿔니(평서법)’나, ‘-음둥/슴둥(의문법)’, ‘-겝쇼(청유법)’ 등이 그러합니다. 예를 살펴볼까요?

가. 우리 손재 공비르 잘하압꿔니(우리 손자가 공부를 잘합니다).	나. 아바니, 바긑에 비 오옴둥(할아버지, 밖에 비가 옵니까)? 	다. 아매, 장마당에 내가 같이 가겝쇼(할머니, 장에 저와 같이 가시지요).

육진 방언의 어휘는 대개 함경도 방언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 지역에서 주로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특징들이 있습니다.

먼저 중부 방언과 형태는 같지만 그 의미가 다른 말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굴’은 대개 땅이나 바위에 사람이나 짐승이 뚫은 구멍을 뜻하는 말이지만, 이 지역에서는 가축을 기르는 ‘우리’를 뜻합니다. 돼지우리는 ‘도투굴’, 닭장은 ‘닭굴’ 하는 식이지요. 또 우리가 음식 따위를 물기가 거의 없도록 익힌다는 의미로 쓰는 ‘볶다’는 이 지역에서 ‘말을 빨리 하다’, 또는 ‘나물이나 채소 따위에 양념을 넣고 조물조물 무치다’의 뜻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라. 아, 고놈 말으 대단히 볶는다(아, 그놈 말을 대단히 빨리한다). 	마. 띠는 건 띠구, 닦는 건 닦구, 볶는 건 볶구(찌는 건 찌고, 볶는 건 볶고, 무치는 건 무치고).

이처럼 육진 방언은 다른 함경도 지역과 구별되는 언어적 특성을 여럿 보이고 있는 말입니다. 다만 이러한 특성들은 대개 연변 조선족자치주에 거주하는 70대 후반 이상 노년층의 말에서만 겨우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북한 현지나 연변 조선족자치주의 중년층 이하에 해당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말의 빠른 변화와 함께 사라져 가고 있는 것들이지요. 우리말의 당당한 일원이면서도 아직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육진 방언, 더 늦기 전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_박진혁
서강대 국어국문학과 학부 및 동 대학원 졸업, 문학박사.
가톨릭대, 부산교대, 세명대, 중앙대, 신안산대 강사 역임.
현 서강대 전인교육원 강사.

<참고 자료>
곽충구·박진혁·소신애, ≪중국 이주 한민족의 언어와 생활 - 길림성 회룡봉≫, 태학사, 2008.
방언연구회, 《방언학 사전》, 태학사,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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